그래서일까. 가을이 되면 유난히 짙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 가을날의 마시는 커피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잔을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읽는 맛은 너무나도 감미롭다. 그 진한 향기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달콤할는지. 깊어진 가을, 강릉의 안목해변을 찾아가 보자. 해변 가득 펼쳐진 커피거리에는 지금 커피 볶는 향기가 진동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카페에 앉아 한 잔의 따뜻한 커피 같은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그 조그마한 커피 잔 안에는 어느새 커다란 행복이 새겨질 테다.
시월에 커피 내리는 마을,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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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거리' 로 유명한 안목해변.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온 커피 마니아들로 넘쳐난다.
가을날의 강릉, 사람들이 철 지난 바닷가를 찾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쓸쓸하지만 운치 있는 바다의 낭만을 곱씹고 싶어서, 다른 하나는 손으로 직접 내린 짙은 향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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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원래 80년대 초부터 커피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당시 국민관광지였던 경포 인근에는 카페 윌, 유리집 등 쟁쟁한 커피숍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특히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해변의 커피자판기는 80, 90년대 젊은 청춘들이 고즈넉한 바닷가에 커피 한 모금, 사연 한 자락씩을 묻어놓는 추억의 명소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은 마치 유럽의 어느 카페골목처럼 ‘커피 거리’ 라는 이름까지 붙으면서 모래 위에 쓰는 편지, 엘빈, 퀸 베리, 네스카페 등 모두 30여개의 카페들이 진한 커피향을 뿜어내며 성업 중이다.
스타벅스 보다 ‘안목표 커피’… 자판기에서 뽑아낸 휴식 한 모금
 이것이 바로 '길카페' . 싼 값에 커피도 마시고, 바다의 낭만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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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뭐니 뭐니해도 안목해변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큰 카페는 바로 ‘길 카페’. 한마디로 바다를 향해 선 50여개의 커피 자판기다. 한적한 바닷가였던 안목이 카페촌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도 다 이 ‘커피 자판기’ 때문. 잠깐 그 사연을 들어보자. 언젠가 안목해변 가장자리에 커피 자판기가 한대 들어왔다. 연인들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밀어를 나누었다. 강릉의 어느 시인은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끝내준다’ 고도 했다. 이렇게 입소문 나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자판기 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길 카페’ 가 완성 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단돈 300원이면 바다의 낭만은 물론,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블랙커피부터 헤이즐넛, 십곡차, 레몬, 홍차, 카푸치노, 달콤한 캬라멜이 듬뿍 담긴 캬라멜 마끼아또까지 종류별로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것도 ‘길 카페’ 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버튼을 누르면, 당신의 ‘낭만’ 이 흘러나옵니다!
자판기마다 이름도 붙었다. 별다방이 아닌 ‘벽다방 김양’, ‘얼음냉코피박스’, ‘커피 한잔의 여유’, ‘린저프리미엄 커피’ 등 이름 하나에도 낭만과 즐거움이 묻어난다. 앙증맞은 빨간 컵에 거품 가득 얹혀진 카푸치노 한 잔을 뽑아들고 모래사장 가장자리에 마련된 벤치에 앉았다. 가을 하늘빛 보다 더 맑고 푸른 바다에는 오징어 말린 풍경, 뛰노는 아이들의 동심,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의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외관이 예쁜 카페들. 커피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커피를 마시냐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사실 강릉에서 커피가 유명해진 이유 중에 하나는 강릉에는 커피의 명장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커피공장을 운영하는 테라로사의 김용덕씨,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이자 일본식 핸드 드립의 ‘최고수’ 커피장인으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 커피는 맛있어야 한다는 커피히피의 창시자 ‘언덕위의 바다’ 이병학씨 등은 오래 전부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의 유명세는 물론이거니와 강릉에서 직접 로스팅 하며 최고의 커피맛을 선보이고 있는 로스팅 및 핸드드립전문점만도 2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동해안 바닷가를 중심으로 명소화 해가고 있어 최근 강원도에서 고성~삼척까지 해안도로를 잇는 낭만가도까지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강릉은 ‘로맨틱 커피순례지’ 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
낭만가도 커피 순례 기행지, 제1회 강릉 커피 축제도 열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분위기 있는 커피축제에서 보내는 것도 꽤 낭만적이다
강릉 커피를 테마로 한 축제도 열린다. 바로 시월의 마지막 밤을 커피향기로 뒤덮을 ‘제1회 강릉커피축제’ 가 그것이다.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 까지 안목해변 커피거리, 사천해변 커피거리, 커피공장 테라로사, 박이추 보헤미안, 도심속 커피명소 등 강릉의 내로라하는 커피명인들이 선보이는 맛있는 커피향연이 펼쳐진다. 대규모 이벤트나 음악회를 여는 기존 축제와 달리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강릉 커피축제와 함께’ 라는 주제로 커피와 관련된 로스팅 및 핸드드립 체험, 커피전문가와 함께하는 각종 체험프로그램, 인디밴드와 미니음악회, 소공연 등 커피명소 거점형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강릉커피지도와 커피엽서를 발행, 커피순례기행을 하는 마니아들의 커피여행과 맛집기행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짙은 커피향을 닮은 시월의 마지막 밤, 손맛 커피로 대한민국 커피마니아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커피축제로 가보자. 그리고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보자.
★ 여기서, 커피 한잔 어때요?

보헤미안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이며 일본식 핸드드립의 최고수로 커피 장인으로 불리는 박이추의 보헤미안. 커피 매니아를 위한 커피교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 문의 033-662-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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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
한국 커피 전문가 1세대인 김용덕씨가 운영하는 카페 겸 커피공장.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3가지 커피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커피 테이스팅 코스’ 가 유명하다.
* 문의 :033-648-2760 |
 언덕 위의 바다
커피는 맛있어야 한다는 커피 히피의 창시자 이병학씨가 운영하는 카페. 바다 전망이라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연인끼리의 여행이라면 꼭 들러볼 만하다
* 문의 : 033-671-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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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 커피축제 안내
○ 축제명 : 강릉커피축제
○ 장소
- 커피전문점 : 안목커피거리,사천해안,강릉시내,택지권역,테라로사, 보헤미안,
- 체험행사 : 강릉영동대학, 커피작가, 커피커퍼(신터미널)
- 세미나 : 행복한 모루 3층 세미나실, 테라로사
○ 강릉커피 축제 자세히 보기 |